삿포로에서의 아침식사이 곳은 저녁에는 호텔 2층에 위치한 이자가야인데 오전에는 호텔식당으로 쓰이는 듯 했다. 간밤에 비루엔에서 진탕 마시지 않았다면 들어오는 길에 사케 한 잔? 이 생각나는 그런 작은 이자가야. 내부는 깔끔했지만 약간 연기가 배인 냄새가 났다. 제공되는 식사는 몇 종류의 빵과 오렌지쥬스, 커피였다. 바구니에 담긴 빵을 식판에 각자 덜어가서 먹는 그런 시스템이었는데, 빵은 제법 맛났지만 아쉽게도 잼이라던가, 버터라던가, 그런 '발라먹을' 것은 없었다. 혹시나 해서 빵을 쪼개어 보았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빵을 세 번 날라다 먹고 커피도 두 잔이나 마셨다.

아, 조간신문도 제공된다. 내가 읽을 수 있는 것은 출판사 광고 정도지만. 둘 다 일본어를 썩~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룸메상 덕에 생활 회화를 그럭저럭 하고 신군은 각종 안내문을 읽어내는데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다. 한자를 읽는 것은 젬병인 나로서는 한국어 발음으로 읽어도 신군이 해석해주는 것이 어찌나 고맙던지. 신군은 자기는 開/閉와 押/引를 구분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그래, 나는 못 읽어서 무조건 밀고 본다.
체크아웃을 한 뒤, 짐은 카운터에 맡겨놓았다. 숙박비는 6,000엔. 당시 환율로 58,741원이었다.(더블룸).
오후에는 기차를 타고 아바시리까지 갈 계획이었다. 전날 아사히가와냐 아바시리냐를 두고 한참 고민했는데..아사히가와가 그냥 지나치기엔 아깝지만 어차피 저녁에 볼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 다음날 아바시리에서 오전에 렌터카를 예약해두었기 때문에 결국 아바시리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호텔 1층의 인터넷 PC에서 숙소를 예약 했는데, 처음에 내가 잘 못 보고 아사히가와 쪽의 호텔 하나를 예약했다가 중간에 전화로 취소キャンスル했다. 원래 위약금 얼마얼마를 내야 한다고 적혀있었는데 아무말 안하더라. 뭔가 그런 얘기를 할 줄 알고 기다렸는데 '다른 용무가 있으십니까?'라고 물어서 '스미마셍데시다' 하고 냅다 끊었다. ㅡ_ㅡ
숙소를 나서서 먼저 홋카이도 대학으로 향했다. 어제 가려고 마음먹었던 원생림은 다시 지도를 보니 꽤 멀고 규모도 커서 포기하고 박물관으로 향했다. 홋카이도 대학 박물관에 가는 이유? 공짜니까.
홋카이도대학 종합박물관. '개관중'이라고 써붙여놨다. 신난다고 혼자 걸어가는 신군.
1층에서은 홋카이도 대학의 역사를 전시중이었고, 자연사박물관을 겸하고 있어서 화석 및 기타 등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종합박물관.
초대 부총장 클라크 박사의 세 가지 가르침 / 바닥에 비추어지는 어떤 명언(?) / 일각수 뼈 화석(그럴리가..)우린 여기서 Boys, Be Ambitious의 유래를 알게 되었다. - 그러나 스스로 젠틀맨이라 부르딧는 신군은 Be Gentleman.에 더 혹- 하셨다.- Boys, be ambitious.를 말씀하신 분은 바로 이 분. William Smith Clark 박사.
관광객들은 누구나 앞에서 사진을 찍는 William Smith Clark 박사 흉상. 꽤 높다.메사츄세츠 농학 대학의 총장이었던 클라크 박사가 일본에 온 것은 1876년, 현 홋카이도 대학의 전신인 삿포로 농학대학에 초대 부총장으로 부임해왔다. 다른 여러 제자(교수)들을 동반해서. 클라크 박사는 홋카이도 대학의 기반을 마련했고 영향을 받은 제자들 가운데 나중에 일본 근대화에 큰일을 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 중에서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무사도(武士道)>를 쓴
Nitobe Inazo 정도였던 것 같지만. (클라크 박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위키피디아 참조)그러나 클라크 박사가 이 대학에 머무른 기간은 고작 8개월! (vice-president인데 마치 건립자처럼 간판마다 얼굴이 붙어있고 ;;) 'Boys, be ambitious.'는 1877년 4월 클라크 박사가 일본을 떠날 때, 배웅 나온 여남은 명의 학생들한테 한 연설? 내지는 고별사 같은 것이었는데. 그 중 한명이 나중에 자기 작품에 이 말을 인용해서 일본에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Boys, 는 결국 20세 이상의 장성한 청년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Boys Be Ambitious는 일본과 한국에서만 유명한 경구라는 것.
"Boys, be ambitious. Be ambitious not for money or for selfish aggrandizement, not for that evanescent thing which men call fame. Be ambitious for that attainment of all that a man ought to be."
박물관을 휘- 돌아본 다음에는 교정의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또 COOP에 가서 기념품 구경도 했다. 오후에 비가 온다 해서 홋카이도 대학 로고가 박힌 우산이 있으면 사려고 했으나 우산은 없었다. 티셔츠를 한참 보다가 비닐 파일만 사가지고 일단 나왔다.
어제 들어갔던 문은 쪽문이고 이것이 정문(?)이다. 뭐 정문도 그닥 별볼일 없네.

홋카이도 대학을 나와 다음으로 향한 곳은 구 도청사. 삿포로역에 들어가는 철도 밑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몇 블럭 내려가면 나오는 붉은 건물이다. 여기에도 붉은별이 박혀있다. 내부에는 초기 개척시대의 요새 모형 같은 것이나 아이누족의 그림(모두가 검은 입술은 아니었다) 따위가 있고, 특산품과 자매결연도시관도 있었다. 설렁설렁 보아넘겼지만 소련군에 끝까지 저항했다는 전화교환원의 사진과 기사 등등이 전시되어 있는데는 슬쩍 짜증이 났다. 사진만 보다가 의아해서 신군을 불러다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종전기념일 즈음에는 늘 반복하는 단골 레파토리란다.

안에 있는 문서관에서 홋카이도의 역사를 연구하며 시간을 한참 소비하다 보니 밖에서 삿포로 경찰 오케가 시민을 위한 연주를 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들어갈 즈음에는 저 하얀 제복을 입은 아저씨들과 미니스커트 언니들이 왔다갔다해서 뭔가 궁금하던 차였다.

나와보니 저렇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연주단원들은 여성 동지들도 같은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왼쪽 끝에 앉은 미니스커트 언니는 인사와 곡 소개를 하는 역할이었다. 저렇게 가만히 앉아 있다가 연주가 끝나면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 다음 곡을 설명한다. 첫 곡이 [성조기여 영원하라]여서 참 깬다고 생각했는데, 다음곡은 [이웃의 토토로]였던 것 같다. (토토로가 아니라도 뭔가 애니메이션 주제가였다) 연주실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들어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아까렌가(도청사의 별명)에는 관광객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많이 드나드는 모양. 저 옆쪽으로는 호수에 오리인지 거위인지도 노닥거리고 있었다.
다음으로 신군이 가고 싶었던 곳은 삿포로 사료관이었고, 내가 가자고 했던 곳은 시계탑이었다. 그나마 내가 좀 더 '정상적인' 관광코스였달까? 문제는 두 곳이 오오도리 공원을 사이에 두고 반대쪽이라는 것이었다. 그냥 각자 가서 보고 기차역에서 만날까도 생각했었는데, 신군께서 양보하셔서 시계탑쪽으로 향했다. 음. 망설이는 사이 사료관을 충분히 볼 시간이 남지 않아서이거나, 배가 무척 고팠기 때문일지도? 어제 삿포로역에서 주워온 안내책자에서 쿠폰이 있는 한 곳을 골라 라멘을 먹으러 갔다.

오오- 이것이 진정 느끼한 삿포로 라멘의 맛이구나, 싶었다.

가격은 각각 750엔과 730엔. 쿠폰으로는 음료수를 서비스 받았다.
삿포로 시내의 풍경.

저 가운데 길로 전차가 다닌다. 빨간 전차가 나온 기념으로 한장 더.

지나는 길에 오오도리 공원에서 뭔가 시장같은 것이 열려서 구경을 했다. 뭔지 모르지만 발 불편한 신군을 위해 1,000엔을 주고 샌들을 하나 샀다. 한바퀴 돌면서 녹차 같은 사은품도 받아 챙기고. 나오면서 보니 무슨 마츠리라고 써 있었다.

사진에서 정면에 보이는 것이 아마도 삿포로 테레비탑. 저 곳도 관광코스이던데, 여기서 이미 충분이 잘 보였기 때문에 '뭐 별거 있겠어' 싶어서 그냥 시계탑으로 갔다. 물론 시계탑도 별 건 없었다. ㅋ 다만 여긴 별이 두 개다.
처음으로 관광객처럼 사진을 찍었다.이 시계탑은 메이지 11년(1878년)에 지어져 130주년이 되었다고 써 붙여 놨으나 오래된것 치고는 너무 멀쩡했다. 내부에 들어가는 데는 입장료가 200엔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쌩- 무시하고 삿포로역으로 향했다.

삿포로역 남쪽은 번화했다! 서점도 있고. 신군은 조금 아쉬워했으나 이미 늦었다.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티켓을 끊었다. 3시 8분에 출발하는 아바시리행이 있었으나, 3시에 출발하는 열차로 아사히가와까지 끊고, 아사히가와에서 아바시리까지를 8분 후의 열차로 끊었다. 아사히가와에서 역 주변이나마 돌아보려는 계획이었던 거다. 그러나 결국 타려고 했던 열차가 신치토세공항에서 오는 길에 연착되어버려서 ㅡ_ㅡ 3시 8분 열차를 탔다.
숙소에서 짐을 찾고도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었는데, 신군은 홋카이도 대학 박물관의 티셔츠를 사야겠다고 혼자 뛰어갔다. 안 뛰어도 될 것 같았지만 뭐. 혼자 있기 심심해서 짐 정리도 하고 트렁크를 끌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신군은 자기 몫의 말똥구리인지 소똥구리가 그려져 있는 티셔츠와, 등판에 Be Ambitious가 적혀있는 핑크색 티셔츠를 들고 왔다. 나는 선물을 고이 쟁여두는 성격이 아니라 냅다 다음날 입어버렸다. 풋- (사실은 옷이 부족했다)
둘째날 삿포로에서의 이동 경로

서둘러서 삿포로 역으로 이동했지만 앞서 적은 것처럼 기차가 연착되는 바람에 여유있게 에끼벤을 사고 카레빵과 맥주; 그리고 JR 패스 살 때 쿠폰으로 녹차도 서비스 받았다.

우리가 탄 열차 오오츠크 5호와 역무원 아자씨.

비루엔이 있는 북쪽 말고, 남쪽으로도 저런 별이 박힌 맥주공장 굴뚝이 있다. 저기서도 징기스칸은 판다고 한다. 어느 쪽이 원조인지는 뭐, 중요하지 않고. 우리는 삿포로 生 맥주를 사들고 기차에 올랐다. 기차여행에는 맥주가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음주커플. 그러나 무려 6시간이나 가야 하는데 맥주 2캔은 좀 부족한 감이...

시내를 벗어나자 금방 이렇게 논밭이 펼쳐진다. 그리고 비도 조금 왔던 것 같다.

소설 [빙점]의 무대, 아사히가와는 이렇게 기차 안에서 바라보며 지나간다.
삿포로에서 사들고 온 에끼벤. 꽤 비싼 가격 - 980엔-이라 둘이 나눠먹기로 하고 하나만 샀다. (이런 저렴한 신혼여행이라니!) 내용물은 완전완전 사진과 초 유사하다.


신군이 사진 찍으라고 들어줘서 살짝 감동했다. 여기에 어제부터 들고 다니던 오룡차로 저녁을 대신하고 (아직 밝지만) 간식으로 카레빵이 준비되어 있었다. 신군이 보스턴에서 사 먹으려고 들어갔다가 너무 비싸서 그냥 나왔다는 카레빵. 결혼준비하면서 빵집마다 사주려고 찾았지만 없었단 카레빵. 삿포로역에서는 특별한정 190엔. 겉은 그냥 고로케 같지만 속에는 카레와 함께 반숙계란이 들어있다! 그렇다. 카레빵은 '카레냄새가 나는 빵'이 아니라 '속에 카레가 들어있는 빵'이었던 거다. 완전 감동. 도시락을 나눠먹고 난 뒤라, 저 카레빵도 한 입 줄 줄 알았는데 신군이 낼름 다 먹었다. 물론 카레빵은 두 개. 하나는 한 숨 자고 일어나서 먹었다.


창밖의 경치는 단조롭고 - 단조로운 가운데 최고는 터널이 자꾸 나타났다는 것이다 - 비도 조금 오고 한숨 자다가 눈을 떴는데 야스쿠니역을 지났다. 잠시 정차. 야스쿠니는 신사만 있는 줄 알았드니. 췟-

사람도 없고 밖은 깜깜하고 어찌나 심심하던지 창에 대고 사진놀이. 아사히가와를 지나면서부터는 열차안에 사람이 없어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서 다리뻗고 갔다.

사진놀이도 지칠 무렵 아바시리 역에 내렸다. 도착시간은 20시 46분.
신군더러 사진 좀 찍으랬더니 눈코입이 흔들려서 이쁘게 나왔다. (엥?)
아바시리에 내렸을 때는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있었다. 아침에 예약해 놓은 북해호텔(北海ホテル)를 찾아갔다. 은근 조금 멀었다. 지도상으로는 맞게 가고 있는데 작은 어촌마을인 아바시리에는 제대로 지표가 될만한 것도 문을 연 가게도 없어서, 드디어 간판이 나타났을 때는 굉장히 반가왔다.이런 시골마을 치고는 나름 깔끔하고 괜찮은 호텔이었다. 그런데 북해호텔에 들어갔더니, 준비된 방이 twin이란다. 다른 방은 없다고. 이제와서 다른 호텔을 찾을 수도 없고 .. 오는 길에 다른 숙소도 못본 터라 그냥 트윈룸에 묵기로 했다. 역 앞에 새 호텔이 9월인가 오픈한다는 광고를 기차안에서 봤지만, 그건 우리와는 관계 없는 이야기. 하하- 신혼여행 2일차 숙소가 트윈룸이라니! 남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사실 트윈룸도 편했다. 누가 옆에 있으면 잠을 잘 못자는게 나뿐만은 아닐테지.
北海ホテル앞. 뒤에 KFC가 보이지만 체크인하고 나갔을 땐 이미 문을 닫았드랬다.
방에 짐을 풀고 슬슬 산책을 나갔더랬다. 밤바람이 꽤 차가왔다. 나중에 일기예보를 들으니 '저온주의보'랜다. 저온주의보라니, 들어본적도 없지만 말만 들어도 춥지 않은가. 두세블럭쯤 갔더니 편의점이 있어서, 전화카드를 사서 집에 전화도 하고 - 평소 여행에서는 절대 하지 않을 일이지만 신.혼.여.행. 이니까. - 그리고 사케와 푸딩과 떠먹는 요구르트 따위를 사왔다. 심지어 푸딩도 북해도 특산.
北海ホテル에는 1층에 대중탕이 있어서 산책 후에는 각자 목욕을 했다. 여탕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조금 먼저 나와서 (유카타를 입고) 로비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었는데, 통유리창이라 밖에서 로비가 훤히 들여다보이고.. 만화책은 매우 야했던 기억이 난다. 어쩐지 담배피던 아저씨들이 내가 나오니까 자리를 피하더라니.
편의점에서 맛김을 발견했다. 과자들과 섞여 놓여있다니, 한국산 맛김(のり)는 간식인 것일까. 게다가 '인기상품'둘째날 삿포로 - 아바시리의 이동경로. 절대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날 이동경로가 너무 길었다. 삿포로 시내를 조금 더 여유있게 보거나 (사료관 같은 곳) 아사히가와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고 밤기차로 이동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고 신군이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