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의 귀가 시간은 거의 항상 도서관 문 닫는 시간.
어제까지 기말기간이라서 새벽 2시에 들어왔다.

색시도 졸린 눈 비벼가며 기다리다가 새벽 3시쯤 자고는, 12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오전에 일어나서 일하겠다던 결심은 사흘만에 무너진 색시는 속상해 죽겠는데
신랑은 밥 달랜다.  밥만 퍼 주려다가 그래도 미안해서 신랑 좋아하는 시금치나물을 해줬다.
얼마 있으니까 라면을 끓여 먹는댄다.
아침먹은지 한시간 만에 또 무슨 점심이냐고 해도 아랑곳 않고 얌냠 먹더니
또 드러누우면서 테디베어가 필요하댄다.

'학교 안 가요?! 한 시간만 있으면 해지는데!"
"기운없어서 그래!"
'아홉시간 자고! 세시간만에 밥 두 끼먹고! 그러고 또 자냐!'
"색시가 풀만 먹이니까 그렇지!"

아아 신랑아 어제 저녁에 시금치 된장국이 불만이었던 거냐!
오늘 저녁엔 돼지고기 파볶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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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탓인지, 생각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대단히' 나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Thanks Giving이 지나자마자 상가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내걸리고
12월에 들어서면서 여기저기서 크리스마스 트리 점화식을 하고
뉴스에서도 매일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을 근사하게 한 집을 소개해주고 있긴 하다.
미쿡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즐길까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 데 비해서는 그렇단 거다. 

아, 그래도 새로운 것이라면... 진짜 나무를 베어서 트리를 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옛날 풰플링씨네 사내애들이 크리스마스 트리용 소나무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밤늦게 솔향을 풍풍 풍기면서 돌아왔다는 - 나는 배달하던 트리를 하나 들고왔다고 기억하는데 신랑은 아니랜다- 걸 보고
옛날엔 진짜 소나무를 썼나보다.. -그걸 어떻게 집안에 두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미쿠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후기에도 가끔 진짜 소나무를 거실에 들여놓았단 얘기가 있더니
얼마 전에 뉴욕에 갔을 때는 정말 길거리에서 소나무를 팔고 있었다. (사진)

DSCF0683.JPG
▲ 불쌍한 나무들...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면 쟤네들을 어떻게 치우는지도 두고 봐야겠다.

어쨌든,  필리댁이 살고 있는 스튜디오( 한국식으로 원룸, 다른 말로 단칸방이라고 할 수 있다. ㅎㅎ 바닥이 장판이 아니라 카페트라는 것은 다른 점일까?)에는 제일 쪼꼬만 놈도 들여놓을 공간이 없다.
Macy*s같은 백화점에서부터 WalGreen 같은 Pharmacy까지 대부분 크리스마스 ornament 코너를 만들어 놓은걸 보면서
2008 New Home 오너먼트나 하나 살까 하다가 우리 형편에 무슨.. 트리도 없는데.. 하다가 ,
생각해보면 나 어릴 때도 12월에 들어서면 엄마랑 동생이랑 플라스틱 크리를 꺼내 세우고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했고
혼자 살 때도 요 무렵엔 꼭 빨간 식탁보라도 꺼내 깔았는데 
그냥 넘어가자니 쫌 허전해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사설이 길었는데 조금 더 보태자면 어느날 메일함에 날아온 Paper Tree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첨엔.. 어차피 여기선 구할 수 없으니까.. 하나 그리지, 뭐. 그랬다.
그런데, 대학가라며! 미대도 있으면서!! 근처에 문방구도 없고!!!! 뭐 이래!!!
그래서 집에 넘쳐나는 잡지로 눈을 돌렸다.  Free Subscription Magazines.

일단 맛뵈기로 현관문에 리스 대신 붙여놓을 트리를 만들었다.
DSCF0401.JPG
일단 잡지에서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들을 열심히 찾아 오린다.
신군이 paper 쓰고 남은 이면지.  반 접어서 트리모양으로 슥삭슥삭 자른다.
풀로 오너먼트를 붙인다. 노란 페이지에서 별모양도 하나 잘라내어 붙인다. 간단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트리를 만들 차례.
- 준비물 : 바탕종이, 지나간 잡지 잔뜩, 가위, 풀

1. 일단 집에 쌓여있는 잡지들에서 초록색! 무조건 초록색만 있으면 다 찢어서 모아둔다.
    Seasonal color기 땜에 꽤 많이 만날 수 있다. 글자 좀 찍혀 있어도 상관없다. 넉넉한게 좋다.

2. 잡지를 뒤적이면서 갖고 싶은 선물과 장식품들을 오려낸다.
    핫핑크 드레스, 신군을 위한 자전거랑 시계, 케이블티비 광고의 쿠키 싼타.. 기타 등등
    바탕이 복잡하니만큼 오너먼트용은 아기자기한 것보다 큼직하고 화려한 색인 것이 좋다.

.. 여기까지는 2-3일동안 틈나는대로 하고, 이 이하는 신군이 학교에 과제내러 간 사이에 착수. 한시간 쫌 넘게 걸렸다.

3. 붙일 위치를 정하고.. 사이즈에 맞는 바탕 종이를 깐다.
    전지 한장이면 좋겠지만 그런것도 없어서 택배 포장지를 재활용했다. 
   
4. 종이 위에 트리 모양의 밑그림을 그린다.

5. 1. 의 초록색 바탕을 밑그림 안에 찢어 붙인다. 
    국민학교때 미술시간에 탈바가지 만들던 기억을 살려서 귀찮더라도 잘게 찢어 붙인다. 처덕처덕.
    풀은 찹쌀풀을 쑤어서 썼다. 쓰고보니 밀가루풀도 괜찮았을 것 같다.
    빈칸 좀 있고 그래도 괜찮다. 오너먼트 붙일거니까.

DSCF0583.JPG
▲사진 찍는걸 깜빡해서 거의 다 만든 담에 찍었다. 오너먼트를 붙이기 직전의 상태.
    가위 밑에 모아 놓은게 그동안 수집한 선물(?)들, 그 옆에 보이는 건 풀통;

6. 제일 신나는 시간이 돌아왔다.   오너먼트 붙이기!
    별 요령도 없다. 그저 빈 공간을 잘 가려가며 붙이면 된다.
DSCF0591.JPG
 내가 젤 좋아하는 건  저 빨간 벙어리장갑.  히히

100% 재활용품으로만 만든 트리 완성.
sm_tree.jpg

트리가 붙어있는 창문은 찬바람이 자꾸 들어와서 어케 커튼이라도 쳐서 막아볼까 고민했던 건데
아, 저걸 붙일 때는 스카치 테이프를 사용했다. ㅡ_ㅡ 요건 재활용이 아니군.

.... 이거.. 어제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신군의 방해로 이제야 올린다. 신군 나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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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5 22:01:20 (*.250.143.214)
75
저녁먹자마자 신랑님 도서관으로 내보내고
맘 먹고 앉아 일하려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청아한 알람 소리...

다른 건물의 Fire Alram인가 했으나 아닌 것 같고..
- 이동네 Fire Alram은 알람보다 사이렌 소리에 가깝다. 고음의 '삐-' -
잠시 뒤에 꺼지는가 했더니 5분뒤에 다시 울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누군가의 알람시계임이 틀림 없는 것 같다.
얼마간 울리다 잠깐 꺼지면 완전 감사한 평화가 찾아온다. 그러나 곧 다시 울리는 알람 ㅠㅠ

8시에 울리기 시작했는데 5분 간격으로 지금 - 9시 51분까지 - 울리는 걸 보면
정말 독한 놈이다 ... 아니면 집에 없거나.
저 자는 자기 알람이 나한테까지 들리는 줄은 모르겠지.
어느 집인지 찾아내서 문을 두드리고 싶은 심정.

오늘 아침에 깨어나자마자 문을 두드린 사람이 생각난다.
8시(오전)에 알람을 맞추어놓고 침대에 웅크리고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린다
간신히 눈을 뜨고 나갔더니, 잘못 두드렸다고 'sorry'랜다.
- 덕분에 둘다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화가 나긴 커녕 고맙더라 -
그런데 혹시 내 알람이 아침마다 계속 울리는 것에 불만을 품은 앞집 사람이었던 것은 아니겠지 ㅡ_ㅡ

오늘 저녁에 만들어먹은 파스타 사진이나 보며 맘 달래야지.
DSCF0572.JPG
큰맘 먹고 세일하는 새우 사다가 만든 시금치 파스타. 둥근 것은 필스베리 비스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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