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쿡생활 3개월만에 알게 된 것은, '미국에서는 ~~~~~ 한다더라'라는 것은 죄다 뻥이라는 것이다. 다음에 말하는 단 한 가지 진실만 빼고.
예를 들어도 꼭 이런 걸 든다 싶지만, 이건 정말 한 가지 예일 뿐이고 재활용 쓰레기는 어디다 버리냐고 했더니 주위 사람들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재활용 휴지통(recycle bin)을 본 적이 없다거나-다른 주에서는 있다는 소리-, 뉴욕에서는 고물상들이 수거해 간다고 얘기해줬다. 운전면허(driver's license)는 또 어떻고.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운전면허 시험을 신청할 때 신청서에 의사의 신체검사 사인을 받아가야 하고, 한국면허는 인정해주지 않는 대신 국제면허로 운전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 뉴욕주에서는 국제면허증으로 운전하는 것이 불법이고, 뉴저지에서는 필기시험(한글 시험도 있다)만 보면 운전면허증을 딸 수 있다. 오바마(Obama) 대통령의 당선을 미국 전역에서 축하했을 것 같지만 - 물론 우리 동네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 조지아(Georgia, GA)주 같은 곳에서는 이 나라가 공산국가가 되려고 이런다고 개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디 주마다만 다르랴. 동부와 서부, 남부와 북부, 도시냐 시골(?)냐 대학도시(!)냐, 기타 등등 지역마다 날씨가 다르듯이 생활도 다 다를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미국에서 몇 년 살았는데, 거기선 다 이렇게 해"라는 건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의 헛소리라는 거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은 저러저러하댔는데?' 라고 의아해할 것이 없이, 위의 언급에서 '미국'을 그 사람이 살았던 도시나 마을 이름으로 바꾸어 이해하면 대략 현실과 가까운 이야기가 되겠다.
이렇게 썰을 푼 것은 '미국은 다 ~~하더라'는 사람들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얘기도 순전히 필라델피아, 조금 확장해봤자 뉴욕과 뉴저지 등 동부 몇 개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목에서 썼다시피, 뭘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드디어' 이해하게 된 것 뿐이다.
1. Comics & Animations
난 어릴 때 미국 만화는 참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뽀빠이(popeyes)가 블루토(Bluto)의 반토막이쟎아
그런가 하면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한국 만화는 '비교적' 비슷비슷한 체형의 사람들이 나온다고 생각한 건 나만의 편견일까?
◀머리색만 다르고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일본만화들
주제와는 관계 없지만 <톰과 제리(Tom and Jerry)>도 그랬다. 어케 저렇게 쥐가 쪼꼬매? -그런데 우리집에 나타난 mouse는 진짜 조그맣더라..-
미국에 와서 느낀 점 첫번째는, 정말로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종이라고 해도 좋다.
미국은 인종의 도가니탕.... 이 아니라 도가니(Melting Pot) - 도가니는 쇠 녹이는 그릇(용광로?)이고 도가니탕은 소 무릎 관절(도가니)을 삶은 국이다. - 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지만, 검은 머리를 타고난 사람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땅에서 살아온 30년 인생에서 여러 인종이 섞여있다는 것의 이해도란 막연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필라델피아 중에서도 University City라서 보이는 대부분이 대학생-혹은 대학원생, 대학교수, 아니면 교직원-이다. 물론 중국인도 많고(꽤 많다), 한국인도, 인도 출신이나 유태인들도 있지만 대학과 관련되어 있다는 특성에 묻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Chestnut Hall이 있는 서쪽 북쪽으로는 흑인인구비율이 높아서 흑인들이 많다. 어느 정도냐면, Upper Darby에 있는 H-Mart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타면 비흑인은 나와 신군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기 보다 항상 그렇군.)
하지만 정말 인종을 느낄 수 있었던 건 뉴욕시에서 NY Metro 7 Line을 타고 Queens Flushing에 가는 길에서였다. 뉴욕의 지하철은 line마다 성격이 다른 것 같지만 대체적인 느낌은 한국이나 일본 지하철보다 별로다. 좁고 지저분하고 공사도 많고 등등. 7 Line은 특히 내가 탔던 그 주말에 보수공사가 있어서 Express만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 Express라는게 빠르다는 의미가 아니라 중간중간 역을 건너뛴다는 의미였다. 몇몇 역에밖에 안 서지만 느리긴 대단히 느리고, 꼭 수원 들어가는 국철 1호선마냥 어찌나 쉬엄쉬엄가던지. 급한 일은 없는지라 책보며 사람구경하며 졸며 그렇게 한시간 반을 갔다. 그런데 바로 그 작은 전철 칸 안에서(서울 지하철 2호선의 80%나 될까 싶은 느낌이다) 각자 대화하는 말소리 중에서 굉장히 여러 종류의 언어를 들을 수 있었다. 들려오는 언어와 관찰결과를 조합해 보건데 그 칸에 탄 사람들의 출신지를 조합해보면 10개국은 족히 넘을 것 같았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Hispanic) - 여기까지는 더이상 세분화가 어렵지만 백인 중엔 캐나다나 유럽출신도 있고, 멕시코 외의 다른 라틴아메리카 출신도 있었겠지. 확실히 french나 italian을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인도, 중국, 일본, 티벳, 필리피노, 유태인, 어딘지 모르는 중동국가, 그리고 한국인인 나. '이 전철 칸 안이 그야말로 인종의 도가니로군..'
이것이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것은 <Shrek the Musical> 을 볼 때였다. 뮤지컬 슈렉은 다른 점에서도 A4 한 장 이상의 감상을 갖게 했지만,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출연진들이다. 뚱뚱하고 탄탄한 몸매의 슈렉(Shrek)과 피오나(Princess Fiona), 그리고 주인공급의 동키(Donkey) 말고. 피노키오, Shoemaker's Elf, 피터팬(Peter Pan), Humpty Dumpty,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 가족, Blind Mouses, Sugar Plum Fairy 등등을 각종 Fairy Tale의 Character를 소화해 내는 배역들을 보면서였다.


▲ Sherek the Musical의 장면들(공식 홈페이지의 동영상 캡춰)
그래서 결국, 표준체형 - 170-180cm 키에 48-55kg 몸무게 - 가 아니면 작다는 둥 크다는 둥 뚱뚱하다는 둥 말랐다는 둥의 신체적 특징들은 점점 희석된다. 신체적 특징뿐만 아니라 인종도. 이 동네 지역방송의 모 드라마에서는 백인인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면서 서로 상대가 각각 African-American, Hispanic으로 오해하고 international couple(표현이 맞나)이라고 지칭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백인들끼리는 독일계라는둥, 이탈리아계라는 둥 말하는 것 같지만 아직 나는 백인/흑인의 범주 내에서 다른 것을 잘 모르겠지만.. 아프리카 출신과 African-American은 구분된달까?
그건 그렇고 미국에 오기 전에 '너 미국가면 날씬한 편에 속할 거야' 하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와보니 절...대 그렇지 않다. 늘씬하고 날씬한 언니들이 얼마나 많은지. 특히 이 동네는 대학가인지라 젋고 예쁜 언니들과 탄탄한 총각들이 매일 이어폰을 귀에 끼고 조깅을 한다. 대신, 나보다 키가 작은 사람은 많이 봤다. (그런데 왜 Chestnut hall 의 문구멍은 그렇게 높은 것일까..)
2. Horror Movies or <Ghost Busters>
사실 난 공포영화를 잘 안 본다. 재미가 없다. 일단 귀신이나 유령은 별로 공포의 대상이 아니고, 피와 살점은 혐오스러워서 피하다보니.. 게다가, 그런 공포스러운 감정을 뭣하러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느끼려고 애쓰는지 잘 모르겠다. -별개로 전쟁영화는 항상 슬프다. 전쟁따위에 스러저가는 그 생명들이 안타까와서.- 그러니까 내가 본 공포영화라는 것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을 수는 있지만 이해를 돕기위해서 당장 떠오르는 몇몇 제목들을 얘기해보자면.. <Fargo(1996)>, <Scream(1996)>, <House of Wax(2005)>, 개봉시기가 비슷했던 탓에 <The Spiderwick Chronicles(2008)>하고 헛갈리는 <The Orphanage(2008)>, 그리고 <The Six Sense(1999)>.. 엥? 아무튼. 저 공포영화의 배경이나 장면장면들이 서서히 이해가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전에도 말했듯이 내가 살고있는 Chestnut hall은 굉장히 오래된 아파트다. 1960년대에 이민 온 아버지 친구분을 만났는데, 사모님께서 결혼전에 이 아파트에 사셨다는 것도 전혀 놀랍지 않을 정도로 - 이 건물이 아파트가 되기 전에는 한동안 호텔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여하간 4-50년 된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라고 당연한 것처럼 적어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소음이 다르다.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담그고 있으면, 정말로 저 깊은 곳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울린다. (ㅌㅓ~~~ㅇ~~~ㅌㅓ~~~~ㅇ~~~~~. 솔직히, 초큼 무섭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는 욕조에 물받아놓고 들어가있고 싶지 않다. 별 도움은 안 되겠지만 집안에 신군이 있으면 그래도 좀 든든하다.) 난방이 들어오면서부터는 각 방 라디에이터에 물이 흘러들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리고 leak이 굉장히 많다. 공포영화에서 자주 들리는 똑, 똑, 떨어지는 물소리, 거의 매일 들을 수 있다. 엊그제는 신군의 교수님 댁에 갔었는데, - 이 집은 주택 - 원래 이번 주말에 그 집에서 묵을 예정이어서 집안 구석구석을 구경시켜주셨다. 집안은 일본풍으로 꾸며놓았음에도 불구하고, 1905에 지었다는 그 집은 정말 미로같고 한 번에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이리저리로 연결된 많은 방과 특히! 삐걱거리는 계단이 있었다! 들여다보기 두려웠던 지하실도. 그리고 이곳은 꽤 도심지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오래된 집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미국 최대의 도시라는 뉴욕에도 마찬가지로.. 겉에서만 봐도 무지하게 오래된 것 같은 빌딩들이 늘어서 있다. 하나 건너 한 집은 공사 중인 것 같고. 집이 오래되었으니 사연도 많겠지.
그런가하면 빈 집도 엄청 많다. 아마도 요즘 경기 침체로 더 많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옥수수밭 사이의 외딴 집'들은 또 어떻고.
▲ New York State에서 찍은 빈 집과 오래된 작은 읍내의 사거리
▼ 그림같은 이런 집, 실상은 삐걱거리고 매우 춥다. (물론 살다보면 익숙해지겠지)
위의 사진은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무작위로 셔터를 눌러댄 가운데서 얻은 거다. 이 주위는 넓은 풀밭에 양떼(!)가 다니는 풀밭이었다. 조금 지나면 끝을 알 수 없는 옥수수밭. 그리고 작은 마을, 다시 소떼가 거니는 초원... 저런 집에 살고 있는 전기톱을 든 연쇄 살인마?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새집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일명 재건축으로 오래된 집들을 부수고 큰 빌딩이 들어서는 일도 있다. - 바로 앞의 Radian을 봐도 그렇다.. - 새로 만들어진 주택단지도 있고.(주인들은 모기지론을 받았겠지?) 하지만 대부분은 오래된 건물을 그냥 방치해두는 것 같다. 신군말에 따르면, 땅이 넓으니까 굳이 오래된 집을 부수는 수고를 하지 않고 옆에다 새로 짓는단다. 뭐,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다.
그밖에 나에게 공포영화의 데쟈뷰를 느끼게 하는 것은.. 창공을 선회하여 창틀에 올라가 앉는 새떼들. (비둘기가 아닐 때도 있다) 그리고 낡은 트럭이다.
3. Say, Hi!
이번에는 조금 명랑한 이야기로 돌아가야겠다. 미국에 와서 그래도 기쁜 것은, 모두가 인사를 하고 인사를 받아준다는 것이다! 특히 Lease Office의 Dina는, 내가 사무실 앞을 지날 때마다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 (Lease Office는 아파트 입구에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눈이 마주치면 보통 'Hi!', 'Hello', 'How are u doing?', 'Where are u going?' 때로는 'Hi, Sweetie'라고 인사를 해준다. 한국에서는 보통 내가 먼저 인사를 하고, 사람들이 어영부영 받아주는 -속으론 좋으면서!- 상황이 보통이었어서, 이런 것이 꽤 기분이 좋다. 한번은 집앞의 7-Eleven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누가 인사를 해서 그냥 끄덕, 인사하고 그쪽을 바라봤더니 그냥 인사한거라고 가던길 가라고 한 적도 있다. 얾... 난 사진을 찍으려는 것 뿐이었는데.
재미있는건, 동양인 - 중국이나 한국 유학생, 인도계가 분명한 사람들 - 끼리는 이런 일이 참 드물다는 거다. 나도 한국인일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HI!'라고 인사하고 싶지는 않아서 모른척하는 경우가 많다. 관광객들도 별로 여유가 없는 것 같고, 가장 많이 인사를 나누는 상대는 흑인 아저씨들. 대체로 피부색이 검을수록, 나이가 많을 수록, 남성일수록, 말을 거는-정확히는 인사를- 확률이 높은 것 같다. 나는 때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것을 '마음의 여유'와 관계시켜 생각해보게 된다.
처음에는 여기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서 상대의 말을 그냥 따라서 받는 수준이었는데, 요즘은 그래도 좀 요령이 생겼다.
'Hi' 'Hello' 류의 인사에는 'Good mornig', 'Good evening'이나 'hi!' 로 받는다. 'how are u doing'도 좋을 것 같은데 잘 안 나온다.
'How are u doing' 류의 인사에는 'fine!' 'good!' 'fantastic' 등으로 답한다.
'Have a good day/evening/night/weekend/holyday' 류의 말에는 'you, too!'라고 외쳐준다.
이것이 정답은 아닐테지만 어쨌든 여태까지는 잘 먹혀왔다.
+ spark! 불꽃작렬
덤으로.. '드디어'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새삼 알게된 것 한 가지. 이 동네 콘센트는 거의 매번 스파크가 일어난다. 서울에서는 -우리집은 서울도 아니지만 - 좀처럼 보지 못한 일이 아닌가. 국민학교 때 부터 젖은 손으로 콘센트를 만지면 스파크가 일어 위험하다던가, 콘센트 주위에 발화물질을 두면 안된다거나 하는 말을 들었어도 그거려니 할 뿐 기억속 저 너머로 숨어있었는데, 여기선 어디에 무슨 플러그를 꽂아도 '팟- ' 불꽃이 튄다. 처음엔 당황해서 신군에게 '불꽃이 튀었어' 라고 말했는데, 신군은 태연하게도 '여긴 원래 그래.(Welcome to America)'라고 한다. Chestnut hall이 낡아서 그런가, 고도 생각했는데 Rutgers의 기숙사 아파트도, NYC 첼시의 민박도, 심지어 서튼 플레이스(Sutton Place)의 고급 아파트에서도 마찬가지인걸 보면 100V 라서 그런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